[전자통행] Sou 마음짓기_봉래님
그 마음에 담긴 것은
"なあ、もしも俺に心があるなら、どうしてそれを見つければいいなのかい?"
(이봐, 만약 내게 마음이라는 게 있다면, 그걸 어떻게 찾아내면 되는 거냐?)
구름과도 같은 머리칼을 바람에 흘리며, 그는 옆에 있는 이에게 흘리듯 말을 물었다. 옆에 있는 이는 학원도시에서도 단 7명뿐인 ‘레벨5’, 그중에서도 제3위인 ‘레일건’, 미사카 미코토다. 그 말을 들은 미코토는 어이없는 하이개그를 들은 것 마냥 헛웃음을 흘리며, 그의 말에 어설픈 대답을 했다.
“그런 걸 나한테 물어서 어쩌자는 거야?”
가시가 돋아있는 미코토의 말에도 새하얗고 가냘픈 남자는 침묵을 지켰다. 아마 그 자신에게 옆에 있는 미코토의 말에 화를 내가며 반박할 권리 따윈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그 나름의 사죄의 표현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 말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붉은 해가 수평선에 걸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를 따라, 미코토 역시 붉게 타오르는 해를 바라봤다.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머리칼과 귀를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그 날도, 약간 상쾌한 바람이 불었던가. 생각에 깊이 잠겨있던 미코토를 끌어 올린 건, 하얀 남자였다.
“…모든 걸 잊을 수만 있다면. 없던 일로 할 수 있다면, 넌 어쩔 거냐.”
그의 말에 꽤 놀란 표정을 지으며 미코토는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특별한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 늘 던지는 악의가 거의 없는-물론 평소에 하는 행실을 봐서는 전혀 악의가 없다고 할 수도 없지만-그런 느낌의 말이었던 걸까. 평소대로라면 핫, 하고 웃음을 흘리며 그를 비웃을 미코토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그가 말한 ‘모든 것’은 아마, 그 ‘실험’을 말하는 것 일터이다. 아니, 실험이라는 탈을 쓴 살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걸 잊을 수 있냐, 라는 질문에 비웃으며 대답하는 건, 미코토 본인에게나,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나,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생겨난 1만 명에 가까운 자신의 동생들에게, 크나큰 모욕이다. 미코토는 시간이 얼추 지나고 나서 어렵게 입을 뗐다.
“…글쎄, 그때의 나는 그 정도로 매정한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무리였지 않을까. 내 능력으로 근디스트로피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면, 꼬맹이에겐 굉장히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겠어? 그럼 넌, 그때로 돌아가면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거야?”
미코토의 말에 학원도시 최강, 최고의 두뇌, 액셀러레이터는 핏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 한 마디에 미코토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왔다. 미코토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어떠한 감정으로 형용한다면, 혐오, 증오, 그리고 분노겠지. 액셀러레이터가 눈치 챌 정도로, 미코토는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그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 내 말이 이상한 거냐? 라는 정도의 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럴 권리는 이미, 실수든 뭐든 간에 제1호를 죽인 뒤로 잃은 뒤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아까 자신이 한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하지 않았다면 이런 꼴이 되는 것도, 라스트 오더를 만나는 것도, 그 실험이 진행되었을 리는 없겠지. 정신이 똑바로 박혀있던 인간이라면, 살인을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말이야,”
액셀러레이터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미코토와 눈을 맞추고, 다시 입을 뗐다.
“그게 아니었으면 나는 따뜻함이라는 걸 몰랐을 거다. 너랑 이렇게 만나지도 못했을 거고. 서로의 존재만 알 뿐, 그걸로 끝. 우리 둘이 만나는 인연이라는 것도 생기지 않았을 거고. …물론, 제2위는 뭐가 어찌 되었건 날 죽이려고 왔겠지만.”
“마지막 말만 없었다면 꽤 괜찮은 고백인데. 문학 쪽도 꽤 하나 본데.”
“중학생인 네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
“연장자 취급을 받고 싶어 하는 건 아니지, 살인자?”
“핫, 그 일의 원인에는 네 놈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걸.”
붉은 눈동자에 투명하게 드러난 죄책감과 불쾌감을, 미사카 미코토는 놓치지 않았다. 겉으로는 저리 불친절해도, 스스로 악당이라고 선언하며 다니는 그지만, 그 안에는 자신과 같이, 가슴에 묻어둔 상처가 있다는 걸 미코토 역시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과 그가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기댈만한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걸까?
“…조금은 솔직해져도 좋을 텐데.”
미코토의 중얼거림을 듣기라도 한 건지 액셀러레이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미코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미코토는 오히려 그를 놀리듯 혀를 내밀어 본다. 순간 욱했던 그였지만, 상대는 중학생이다. 이리 생각하며 애써 마음의 평정을 되찾은 그는 입을 뗐다.
“솔직하지 않은 건 네 놈도 마찬가지 아닌가? 아니면 뭐, 여기서 널 껴안고 울면서 후회하기를 바라는 건가?”
“그건 그거 나름대로 재밌을 거 같지만, 그건 내가 할게. 네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야.”
미코토가 웃으며 말하는 와중에 어느덧 해는 붉게 타오르며 수평선에 걸쳐져 있었다. 그 황혼에 물들어 있는 그 미소는 어찌나 이름다웠던지. 액셀러레이터는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의 그를 보고 놀람과 동시에 걱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미코토는 그에게 괜찮아? 라고 물었다. 그러나 그 곱고 아름다우며, 순수한 목소리는 그의 귀에 닿지 않는다.
“그만, 그만해.”
그의 말에 미코토의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해졌다. 이어지는 그의 말을 듣고 난 뒤, 그 의문은 바로 해소되었다.
“도대체 나한테 이렇게까지 상냥하게 대해 주는 이유가 뭐냐? 이해가 안 돼. 난 네 클론을 만 명 넘게 죽인, 쓰레기 중에서도 쓰레기야. 악질 중의 악질, 악당이라고. 너 같이 올곧고, 빛과 같은 녀석이 가까이해도 될…”
액셀러레이터가 그의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사고가 정지했다. 배터리가 다 된 건 아니다. 그랬으면 생각이라는 걸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미코토가 울 것 같은 얼굴을 한 자신을 보고 안아주었기 때문이었다. 흥분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미코토는 액셀러레이터의 등을 느릿하게 토닥여 왔다. 그 따뜻함에 녹아들어도 되는 것일까, 액셀러레이터의 머리를 지배한 의문을 미코토는 행동으로 지워졌다. 액셀러레이터는 눈을 질끈 감으며, 미코토를 제 품 안에서 나갈 수 없게끔, 꼭 껴안았다. 윽, 하는 소리를 흘린 미코토였지만, 이내 익숙해진 건지 옅은 웃음소리를 그의 귓가에 흘렸다.
“가슴이 아파‥.”
“부정맥이라도 온 거야?”
“하…. 차라리 그런 거였음 좋겠군. 전혀 모르겠어. 이런 건 느낀 적도, 알지도 못한다고…. 제길… .”
살짝 몸을 떨고 있는 그의 모습에, 미코토는 다시, 천천히 등을 토닥이며, 그의 귓가에 다정하게 말을 흘렸다.
“괜찮아, 괜찮아…. 정말, 우는 건 내가 한다니까. 이래서는 몸만 큰 어린애잖아….”
“입 다물어, 망할 꼬맹이….”
네가 원하는 건, 내가 널 원망하며 널 부수고, 찢고, 그러고 난 뒤에 내 좋을 대로 하는 걸까? 그건 너무 잔혹하잖아. 넌 내가 다정하게, 너와 내 상처를 보듬어가길 원하지 않는 걸까? 그건 너무 가슴 아프잖아.
“될 리가 없다고. 모든 걸 잊는다니… 내가 어떻게‥고통 받지 않으며 살 수 있다는 거야, 손에 수많은 이의 피를 묻혀온, 내가‥.”
“…액셀러레이터.”
흐느낌과 같이 목소리를 흘리는 액셀러레이터의 목소리에 미코토는 자신도 모르게 동요했던 걸까. 그 따뜻함이 담긴 목소리가 액셀러레이터를 더 괴롭게 만드는 걸 자각하지 못 한다는 건, 죄라고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날 이렇게 만들 셈이냐. 원하는 만큼 날 원망하고, 증오해 달라고. 그게 네가 원하는 거 아닌가?”
미코토는 액셀러레이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미코토 자신도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책임 회피나 다름이 없다. 미코토는 아무 말 없이, 액셀러레이터를 안을 뿐이었다. 이 행동의 뜻을 알아차린 건지, 한동안 액셀러레이터는 미코토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꼭 껴안고 있었다. 미코토에게, 이러한 경험은 드물지만(특히 또래인 남자를 안는다는 건 더더욱 해 본 적 없다), 어째서일까, ‘부끄럽다’라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애틋하다는 마음이 튀어나오려 했다. 미코토는 이 이상 생각하면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걸 깨달아 버릴 것만 같아서, 더 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눈앞에서, 자신을 안고는,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만 왔던, 품어만 왔던, 아픔, 고통, 상처를 토해내는 새하얀 괴물을 달래는 데에 미코토는 집중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액셀러레이터가 진정해 서로 떨어진 뒤에, 미코토는 그에게 손수건을 건네었다. 게코타가 그려진, 아기자기한 손수건이었다. 약간 서툴러 보이는 바느질의 흔적이 액셀러레이터를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을 흘리게 만들었다. 미코토 본인이 만든 것일까. 생활력이 떨어지는 액셀러레이터지만, 이렇게 서툰 게코타는 처음 본다. 그가 비웃은 거라고 생각한 건지, 미코토는 얼굴을 붉힌 채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야, 비웃는 거야?”
“아니, 그냥. 뭐랄까, 이런 걸 ‘귀엽다’라고 하나? 뭐라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토키와다이라고 해서 바느질을 잘하는 건 아닌가 보군.”
“도대체, 이 놈이고 저 놈이고, 토키와다이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고상한 아가씨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당장 제5위만 봐도 고상한 아가씨라고 할 수는 없잖아? 미안하게 됐네요, 바느질도 제대로 못 해서.”
“뭐, 나도 제대로 못하니까 피차일반이라고 해 두자고.”
한 동안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액셀러레이터는 조심스럽게 게코타가 그려진 손수건을 제 눈가에 대어 살짝 흘렀던 눈물을 닦아냈고, 미코토는 액셀러레이터와 눈 마주치기를 피했다.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미코토는 부루퉁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 할 얘기 아직도 남아있어?!”
그 얼굴에 액셀러레이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는, 입을 떼었다.
“나중에 게코타라도 하나 장만해 줄까.”
“뭐…?! 사람 바보 취급하는 거야?!”
새빨개진 미코토의 얼굴을 보니 아까의 긴장은 사라진 것 같았다. 미코토는 애써 진정한 뒤, 입을 떼었다.
“그런 것 보다, 네가 맨 처음에 했던 말 있잖아.”
“?”
의아한 얼굴을 띄우는 액셀러레이터의 모습에 미코토는 작게 한숨을 쉬고 액셀러레이터가 한 말을 다시 똑같이 읊어주었다. 그제야 떠오른 건지 미코토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린다. 미코토는 작은 한숨을 다시 한 번 쉬면서, 액셀러레이터의 가슴 위에 제 검지를 가볍게 올려놓는다. 처음에는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는 액셀러레이터였지만, 이어지는 미코토의 말에 급격하게 차분해 진다. 그리고 무언가 크게 깨달은 듯 미코토를 바라보며 웃었다. 미코토 역시 그를 따라 웃어주었다. 그 미소는 지평선에 걸쳐져 이제는 거뭇거뭇해져가는 하늘과, 그에 맞춰 붉게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았다. 황혼 속에 갇혀 있는 태양의 말은.
"それはね、ここにあるよ。"
(그건 말이지, 여기에 있어.)
초능력자 초전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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