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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쿠미코 / 별빛_서담님]

은 속삭인다        

 

 

 

 

 

 

 

 

 

01.

  별은 속삭인다.

  “행복해요?”

  새카만 어둠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서, 자그마한 소녀는 숨을 헐떡였다. 더듬더듬, 침대 시트 위를 더듬어 온기를 가진 무언가를 꾹 쥔다. 꿈틀거리며 그곳에 얼굴을 묻은 채로, 소녀는 눈을 감는다. 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헐떡거리는 숨은 멎을 줄을 모른다. 누군가 폐를 콱 잡고 쥐어짜는 듯한 감각이 선명했다. 소녀는, 미코토는 허억, 하고 목을 젖혀 갈급한 숨을 들이마신다. 그러면서도 놓을 줄을 모르고 붙잡고 있던 온기가, 그 손의 주인이 졸음에 겨운 얼굴로 사르르 눈을 떴다.

  “……상?”

  별을 그대로 품어낸 눈동자는 선명하게 미코토를 비춰낸다.

 

 

02.

  “좋아해요.”

  쇼쿠호 미사키는 잔뜩 열에 달뜬 얼굴로 어물어물 말한다. 아니, 토해낸다는 말이 조금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고 미코토는 생각했다. 그 언젠가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미사카 미코토는 손끝에 얽힌 기다란 머리칼을 가볍게 쥐었다가 놓았다. 얄상한 손가락 사이에 걸려있던 머리칼은 누구 하나 움직이지도 않았건만 스르르 빠져나간다. 미코토는 문득 그것이 해변의 보드라운 모래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바닷물에 수없이 깎여 보드라운 모래가 되었을, 처음에는 날카로웠을 것이 분명한 돌 조각들. 그리고 그것은, 사람에게 밟히기 마련이라.

  “…….”

  “미사카 상?”

  쇼쿠호는 은하수의 일부분을 잘라내어 솜씨 좋게 박아 넣은 듯한 별빛의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려 미코토를 바라본다. ‘사랑하는 소녀의 얼굴’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며, 달뜬 눈가하며, 귀 끝이나 목덜미까지도 새붉게 물들었다. 미코토는 문득 그것이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속엣말을 주섬주섬 내미는 또래 아이에게, 자신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와는 관계없이. 그러니까,

  “아, 응.”

  이 애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은 퍽이나 사랑스럽기 그지없다고.

  다정한 갈색의 눈동자는 도르륵 굴러, 맨들맨들한 눈알에 쇼쿠호의 얼굴을 비춰낸다. 순간 바람이 불었다. 얇은 갈색 머리칼이 부드럽게 나부끼고, 미코토는 익숙하게 그 끝을 잡아내 귓등으로 넘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일련의 행동을 멀거니 바라보던 쇼쿠호가 느리게 시선을 내리깐다.

  진득한 벌꿀을 그대로 들이부은 것 같은 머리칼은 그 끄트머리만 슬쩍 흔들린다. 미코토의 것처럼 바람결을 따라 살랑이며 나부끼지 않는다.

  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그러니까아,”

  쇼쿠호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낯으로 우물우물 말끝을 흐린다. 미코토는 그저 천천히 눈을 끔뻑이다가, 천천히 몸을 기울여 쇼쿠호의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한 가닥 잡아떼어낸다. 금방이라도 이마가, 혹은 둥근 코끝이 맞닿을 만한 거리에 쇼쿠호가 흡, 소리 없이 숨을 삼켜낸다. 불안한 듯 떨리는 금빛 속눈썹, 그 아래로 드러난 별빛을 그대로 담아내며 말했다.

  “별을 닮았네,”

  “…….”

  “쇼쿠호.”

 

 

03.

  “좋아해.”

  그리 속삭였던 목소리는 여름밤의 귀뚜라미 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갛게 달아오른 뺨은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따라 한참이나 움찔거리며 떨린다. 이내 고요히 가라앉는다. 찌르르, 찌르르, 하는 여름 소리가 선명하다. 후덥지근한 바람, 뺨을 스치는 열기까지. 미사카 미코토는 떨림과 함께 그 모든 것을 마음에 담았다.

  삐죽 머리 소년은 멀거니 제 앞에 선 여자애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한 발자국 다가선다. 자잘한 생채기로 가득한 투박한 손은 미코토의 뺨에 슬쩍 닿았다가 흠칫 떨리며 거둬진다. 미코토는 내리떴던 갈색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다가, 슬금 고개를 들어 소년을 바라본다. 소년은 미코토 만큼이나 발개진 얼굴로 말한다.

  “─미안해.”

  순간 머릿속을 가득하게 물들였던 기억은 와르르 무너진다. 미코토는 자그맣게 남은 미련을 꾸깃꾸깃하게 접으며 사과했다. 적갈색의 구불거리는 머리칼을 보기 좋게 양 갈래로 묶은 어린 후배는 멀뚱히 눈을 끔뻑이다가, 조금 딱딱한 눈매를 접으며 웃는다. 미코토는 가만히 시선을 내려, 후배의 동그란 머리를 보다가 느리게 눈을 감았다.

  뭉툭하게 울리던 가슴, 손을 가져다 대면 뼈와 살로 둘러싸였음에도 쿵쿵 울리는 고동이 참 선명할 것만 같던. 바르르 떨리던 손이나 어디다 눈을 두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듯이 방황하던 시선, 열이 오른 것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뜨끈뜨끈하던 얼굴까지. 미코토는 그 모든 것들이 익숙했다.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도.

  제 어린 후배는 발갛게 물든 얼굴로, 어떻게든 웃으려는 모양인지 뺨을 씰룩인다. 미코토는 평소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손을 들었다, 이내 천천히 내린다. 쿠로코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괜, 괜찮아요. 쿠로코는,”

  “……쿠로코.”

  미코토는 고개를 수그려 쿠로코가 딛고 선 바닥을 본다. 툭, 투득, 하고 떨어진 굵은 물방울은 바닥을 얼룩진다. 쿠로코는 말이 없다. 흐느끼는 소리조차도 없다. 미코토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느리게 시선을 돌리며 우물우물 말을 이었다.

  “그,”

  “언니.”

  “아, 응.”

 

 

  쿠로코는 꼼지락꼼지락 소맷자락으로 눈가를 닦아내고는 홱 고개를 들어 미코토를 바라본다. 적갈색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다시 울음을 쏟아낼 것처럼 울먹인다. 미코토는 반사적으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가, 다시 자리에 선다. 쿠로코는 입매를 우그러트리며 묻는다.

 

 

  “쿠로코는, 앞으로도…….”

 

 

  히끅. 울면서 말을 하는 탓인지 금세 급해진 숨을 진정하려는 것처럼 애써 심호흡하던 쿠로코가,

 

 

  “으, ……흐으,”

 

 

  무너져내린다. 주저앉아선, 무릎에 얼굴을 묻고서 쿠로코는 울음을 토해낸다. 미코토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입을 닫는다. 한참 울음을 토해내던 쿠로코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언니의 곁에, ……머물 수 있나요?”

 

 

04.

 

  “미사카 상은 이기적이네에.”

 

 

  미코토는 대꾸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옷자락을 붙잡고, 가슴팍에 얼굴을 묻을 뿐이었다. 쇼쿠호는 익숙하다는 듯이 손을 들어 미코토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얇은 머리칼은 손가락 사이사이에 얽혔다가도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쇼쿠호는 시선을 내려 멍한 얼굴로 눈만 깜빡이는 미코토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사르르 눈을 감는다.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어?”

 

 

  미코토는 나지막이 묻는다. 다 녹아내린 초콜릿을 닮은 듯한 갈색의 속눈썹은 눈동자를 덮어낸다. 미코토는 글자 사이사이마다 울음이, 감정이 잔뜩 녹아있던 쿠로코의 말을 떠올린다. 그것이, 잇새로 넘실대며 흘러넘치던 감정이 전혀 낯선 것이 아니라서. 미코토는 제 머리를 반복해서 쓰다듬는 쇼쿠호의 손을 끌어당겨 쥐었다.

  “미사카 상이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어요─.”

  “…….”

  “하지만 계속 곁에 두는 거언,”

 

 

  금빛의 속눈썹은 사르르 올라간다. 그 사이로 드러난 별은 그 언젠가의 밤처럼, 가만히 미코토를 담아내며 묻는다.

 

 

  “행복해요?”

 

 

  흡, 하고 미코토는 급하게 숨을 들이마신다. 그 질문은 언제나처럼 미코토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옥죈다. 미코토는 고개를 수그린다. 쇼쿠호의 가슴팍에 이마를 문대며, 미코토는 윽, 하고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행복하지 않으면, 안 돼?”

 

 

  미코토는 짓이기듯이 묻는다. 쇼쿠호는 제 손을 잡은 미코토의 손을 살살 쓸어낸다. 그 어느 쪽의 답도 아닌데, 어쩐지 그것이 더 답답해서 미코토는 조용히 입을 닫았다.

 

 

  “언니의 곁에, ……머물 수 있나요?”

  “……응.”

 

 

  미코토는 끔뻑끔뻑 눈을 감는다. 쇼쿠호의 손을 놓고서, 귓가를 살살 긁는다. 쿠로코는 더욱 선명하게 울음을 토해냈다. “쿠로코는 여전히 언, 니의 파트너, 인가요?” 미코토는 달달 떨리는 손을 움직여 귀를 틀어막는다.

 

  후덥지근한 바람은 다시 한번 불어온다. 머리칼이 흔들리고, 평소라면 강박증처럼 머리칼을 정리했을 쿠로코는 그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질 않는다. 아니, 하지 못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쿠로코는 묻는다. “쿠로코는 여전히, 언니의, ……흐,” 울음소리에 가려져 뒷말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아서, 미코토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새파란 하늘은 아쿠아마린처럼 빛난다. 요정의 나무, 수북한 나뭇잎 사이를 지난 햇살은 미코토의 얼굴을 비춘다. 쏴아아, 하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선명했다. 가지도 함께 저마다 흔들린다. 마치 어째서 그 애를 울렸느냐고 나무라는 것처럼. 미코토는 그것이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굳이 입을 열어 답한다.

 

 

  “물론이지, 쿠로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미사카 상이 이기적이더라도,”

 

 

  쇼쿠호는 느릿하게 말을 잇는다. 귀를 틀어막은 미코토의 손 위에 제 손을 덮고서, 천천히 도담인다. 토닥토닥, 일정하게. 미코토는 화들짝 놀라 눈을 뜬다. 되새김질하던 기억은 도담거리는 손에 완전히 흩어져 사라진다.

  “그 애는 계속 미사카 상을 좋아할 테니까아.”

  쇼쿠호는 말꼬리를 늘이며 답한다. 늘려진 말꼬리에서는 어쩐지 후덥지근한 여름 향이 났다. 알 수 없는 환희가 한 스푼가량 녹아 들어간, 짙은 눈물 향이 났다.

 

  미코토는 쇼쿠호의 몸을 밀어내곤, 퍼뜩 고개를 들어 쇼쿠호의 얼굴을 담아낸다. 하얀 턱을, 둥근 코끝을. 어둠 속에서도 선연하리만큼 발갛게 상기된 뺨을, 그 위에 눌어붙은 울음을.

 

 

  “─너,”

 

 

  꼭꼭 춰둔 암막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 둥그런 보름 달빛, 그 아래로 찬연하게 반짝이는 별빛의 눈동자를. 소리 없이 쏟아내고 있던 감정의 흔적을.

 

  별을, 별을.

 

  쇼쿠호는 울음을 쏟아내고 있는 주제에, 평온한 얼굴로 눈을 껌뻑인다. 맺혀있던 눈물은 도르륵 굴러떨어진다. 베개를 적신다. 미코토는 한참이나 그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는다. 손은 쇼쿠호의 어깨를 스친다. 몸을 움직여 쇼쿠호보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고는, 미코토는 쇼쿠호를 끌어안는다.

 

 

  “미안해.”

 

 

  미코토는 속삭인다.

 

  ‘사랑하는 소녀의 얼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소녀의 얼굴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어서, 미코토는 그것이 온전히 쇼쿠호의 것인 줄만 알았어서. 쇼쿠호의 얼굴인 줄만 알아서. 별을 품어낸 소녀는, 오로지 그러한 감정만을 쥐고 있는 줄 알아서.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미안해.”

 

 

  미코토는 속삭인다. 손을 들어 연신 둥근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도담이며 미코토는 속삭였다.

 

 

  “미안해.”

 

 

05.

 

  별은 속삭인다.

 

 

  “괜찮아요.”

 

 

  별빛을 가득 담아낸 눈동자, 흘러내리는 듯한 벌꿀로 빚어낸 듯한 머리칼. 발갛게 물든 뺨으로 별은 말한다.

 

 

  “괜찮으니까아,”

 

 

06.

 

  후덥지근한 여름밤, 계속되는 열대야 탓에 뜨끈뜨끈하게 열이 오른 아스팔트 위로는 낮이 아닌데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에어컨 온도를 낮게 해둔 탓인지, 바깥과는 다르게 실내는 얇은 이불을 한 장 덮고 있지 않으면 오소소 닭살이 올라올 만큼 춥다. 미코토는 깨끗하게 잘 닦인 베란다 창 위에 손을 올린 채로 눈을 끔뻑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쇼쿠호는 발개진 눈가로 그저 가끔씩 입술만 달싹인다. 보드란 손수건에 미적지근한 물을 묻혀 살살 닦아내었는데도 채 다 사라지지 않은 눈물 자국은 감정의 흔적처럼 눈가에 눌어붙은 채였다. 한참이나 눈물을 주륵주륵 흘려대던 별은 눈꺼풀에 덮여 사라졌고, 발간 눈가를 가리려는 것처럼 금빛의 머리칼은 그 위를 살포시 가린다. 미코토는 손을 뻗어 그러잖아도 잔뜩 자극받았을 눈가 위로 덮인 앞 머리칼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괜찮으니까아,”

 

 

  눈물로 얼룩진 채로 울렁이던 별빛은 눈꺼풀에 덮여 사라진다.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 마냥 미코토의 손을 잡고서, 하얗고 둥근 이마에 미코토의 손등을 가져다 댄 채로 쇼쿠호는 애원했다.

 

 

  “내 곁에 있어어.”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미코토는 느리게 눈을 끔뻑인다. 한순간 시야를 가득 물들였던 환상은 사라지고, 현실이 그 위에 덧씌워진다. 미코토는 물끄러미, 창문 너머로 소리 없이 다가온 달빛이 내려앉은 쇼쿠호의 얼굴을 봤다.

 

  여전히 열기가 가라앉지 않아 발간 얼굴을 한 채로, 쇼쿠호는 우물거리다가 비실비실 웃음을 띤다. 미코토는 가만히 흰 침대보 위로 흐드러진 금색 머리칼을 더듬어 올라가, 쇼쿠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위로하듯이, 쇼쿠호가 그랬던 것처럼.

 

 

  “내 옆에 머물러 줘어…….”

  “쇼쿠호.”

  “날, 사랑해줘요…….”

  “……미안.”

  미코토는 나지막이 사과한다. 도대체 무얼 사과해야 할지, 정확히는, 사과해도 괜찮을지 조금도 알지 못한 채로. ‘고치지 않을 행동을 사과해도 의미가 있을까?’ 떠오른 물음은 손끝에 걸린 머리칼을 가볍게 쥐며 사라진다. ‘잘못된 것은 어디부터 바로 잡으면 되는 걸까?’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미코토는 느리게 허리를 숙인다. ‘바로 잡을 수 없다면, 그러고 싶지 않다면.’ 미코토는 어둠 속에서 주홍빛으로 번진 머리칼의 끄트머리에 꾹 입술을 내리눌렀다.

 

 

  “내가 이렇게, 기다렸잖아아…….”

 

 

  쇼쿠호의 울음소리는, 애원은 고요함 속에 천천히 가라앉는다.

 

  ‘나는 이대로에 만족해도 괜찮을까?’ 뚝뚝 흘러넘칠 만큼 넘실대던 감정은, 그 감정이 잔뜩 묻어난 물음은, 사르르 닫힌 눈꺼풀과 함께 묻힌다.

 

 

  “쇼쿠호.”

  “나, 더 기다릴 수 있으니까아.”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미코토는 문득 생각했다. 쇼쿠호 미사키에게 있어서 미사카 미코토는 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도 모른다고.

  “응.”

 

 

  텅 비어버린 애정의 항아리를 끌어안고서, 그럼에도 미사카 미코토는 제게 주어진 한 줄기 애정을 밀어낼 수가 없어서.

 

 

  “떠나지 않을게.”

 

 

  그래서 미사카 미코토는,

 

 

  “그러니까, 울지 마.”

 

 

  그리 속삭였다.

 

 

07.

 

  별은 언젠가의 밤처럼 울다 지쳐 잠든 소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별은 그저 제 안에 그 애를 가득히 담고서, 언젠가 그 애가 속삭였던 말을 따라 입에 담았다.

 

 

  “떠나지 않을게요.”

 

 

  정에 굶주린 어린아이, 사랑에 보답받고 싶었던 서툰 소녀. 애정을 갈구한 나머지, 결국엔 그리 행동할 수밖에는 없었던.

 

  별은, 쇼쿠호 미사키는 그저 제 애정을 쥔 이를 끌어안고서 속삭인다.

 

 

  “그러니까, 울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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