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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액셀 / 장마_서담님]

뇌신 토르

 

 

 

 

 

 

 

 

 

01.

  “으─음.”

 

 

  기다란 머리칼의 끄트머리에서 뚝뚝 떨어진 물방울이 바닥에 웅덩이를 만든다. 현관은 이미 물에 푹 젖은 신발이 덩그러니 놓여진 탓인지 홍수가 난 것마냥 흥건했고, 선이 고운 금발의 소년이 서 있는 바닥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금발의 소년, 토르는 라스트오더가 집어던지듯이 가져다준 수건으로 기다란 머리칼을 돌돌 말아, 걸레를 짜내듯이 꽉 짜낸다. 그 탓에 머리칼의 끄트머리에서 후드득 떨어진 물방울이 물웅덩이와 만나 사방으로 자잘하게 튄다. 액셀러레이터의 뒤에서 옷자락을 꾹 잡은 채로, 그 꼬락서니를 빤하게 바라보던 라스트오더가 뺨을 크게 부풀리며 홱 돌아 안쪽으로 뛰어 들어간다.

 

 

  “방바닥 더럽히지 마!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느은──!!”

 

 

  참다못한 라스트오더가 드레스룸에서 액셀러레이터의 여벌 옷과 수건 두어 개를 챙겨 빗물에 쫄딱 젖은 토르에게 던지며 욕실로 엉덩이를 퍽 차서 밀어 넣은 것이 바로,

 

 

  “여어, 액셀러레이터. 손님에게 뭐라도 좋으니까, 음료 좀 대접해주지 않을래?”

 

 

  약 42분 전의 일이었다.

 

 

02.

 

  “어이, 어디 가냐, 라스트오더.”

  “프레메아와 놀러 갈 거야!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요미카와와 요시카와가 선물해준 게코타 우비와 우산을 뽐내며 준비 만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여느 때처럼 라스트오더의 말 뒤를 잇는 어미는 기다랗기 그지없다. 널찍한 거실에서 문만 열면 훤히 보이는 현관에 서서 단단히 녹색 장화까지 갖춰 신은 라스트오더가 자랑하듯이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돌고는 애교스럽게 웃는다.

 

 

  “당신, 속으로 귀엽다고 생각했지? 미사카는 전─부 알고 있다고!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당신의 딸바보 같은 모습을 꿰뚫어 보기도 하고~.”

  “아? 썩을, 얼른 사라지기나 해. 늦게 돌아오진 말고.”

  “걱정도 팔자네! ……당신도, 일단은, 안녕.”

 

 

  방긋방긋 웃고 있던 라스트오더가 눈을 새초롬하게 뜨며 한 말에, 토르가 능글맞게 웃으며 팔을 흔들었다.

 

 

  “잘 다녀와, 라스트오더쨩.”

 

 

  남자인 주제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는 얼굴로,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인지 자연스럽게 쨩즈케를 하는 토르를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바라본 액셀러레이터가 건성으로 손을 흔들었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라스트오더가 쌩하니 달려나간다. 두껍고 무거운 철문이 키익, 하는 쇳소리와 함께 덜컹 닫힌다.

 

  라스트오더에게 심부름을 시켜 사 온 싸구려 블랙커피 캔 음료를 한 모금 꿀꺽 삼킨 액셀러레이터가 그제야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린 채로 물었다.

 

 

  “그래서, 네놈은 누구야.”

 

 

  액셀러레이터가 토르의 눈치와 라스트오더의 “놀러 온 친구에게 음료를 대접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당신에게 예의라는 것을 주입해보기도 하고!” 하는 닦달에 떠밀리듯이 꺼내온 오렌지 주스를 홀짝거리던 토르가 조금 놀랍다는 듯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것도 모르면서 집안에 들인 거야? ……이건 좀 새로운 경험인데.”

 

 

  가느다랗게 떠진 새파란 눈동자가 액셀러레이터를 샅샅이 훑는다. 옷을 입고 있는데도 마치 벗은 몸을 관찰당하는 기분에 액셀러레이터가 들고 있던 커피 캔을 탁, 소리 나게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으르렁거렸다.

  “제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다. 네놈이 지금 이 자리에서 뒈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지.”

  “하? 네가 인간인 이상, 나는 절대로 지지 않을 텐데?”

 

 

  이죽거리는 말에 빤하게 토르를 바라보던 액셀러레이터가 칫, 하고 혀를 차며 캔을 입에 가져다 댄다. “제대로 대답이나 하라고, 썩을.” 말다툼이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는 사실이 의아한 모양인지, 액셀러레이터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토르가 이내 답했다.

 

 

  “카미조의 친구인데─, 아니, 이건 ‘적’이라고 하는 편이 나으려나?”

  “…….”

  “앗핫하, 그런 살기를 받아버리면 몸이 찌릿찌릿해서 흥분되는데 말이야─.”

 

 

  능청맞게 대꾸한 토르가 씨익 웃는 얼굴로 말한다.

 

 

  “어떤 돌아버린 여자한테 네가 카미조의 광팬이라는 말을 들어서 말이지. 궁금해서 와 본 것뿐이야.”

 

 

  푸른 눈동자는 개구지게 빛난다. 이내 이상하다는 듯이 눈을 끔뻑거린 토르가,

 

 

  “그치만, 알비노라는 희소성 말고는 딱히 뭔가 없는 것 같네. 으음.”

 

 

  하고 말한다. 이내 얄상한 손으로 제 턱을 쥔 채로 고개를 갸웃 기울인 토르가 말했다.

 

 

  “조금 귀엽나? 여자애 같고.”

  “……아?”

  “?”

 

 

  누가 누굴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액셀러레이터가 반사적으로 내뱉은 소리에 다시 한번 고개를 기울인 토르가 덜커덩, 하고 테이블 위에 상체를 바싹 기댄 채로 고개를 들이민다. 당황한 액셀러레이터가 고개를 뒤로 빼기가 무섭게, 보기 좋게 얄상한 손가락으로 가볍게 하얀 머리칼의 끄트머리를 쥔 토르가 말을 이었다.

 

 

  “성별을 알 수 없는 미인이라더니.”

 

 

  날씨 좋은 여름의 새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은 맑은 벽안은 깜빡일 생각도 없이 곧게 액셀러레이터의 선홍색 눈동자를 담아낸다. 벌꿀이라거나 햇살이라거나, 그런 것들보다는 오히려 레몬을 닮은 것 같은 속눈썹이 흔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에어컨 아래에서 보송하게 마른 기다란 머리카락이 몇 올 어깨너머로 흘러내리고, 반쯤 홀린 듯이 그 모양새를 바라보는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토르가 이내 앗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전해 들은 대로 귀엽네, 숙맥 같고.”

 

 

  익숙한 유형과 익숙하지 않은 유형, 그리고 전혀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유형. 액셀러레이터는 여전히 코끝이 닿을 만한 거리까지 얼굴을 들이밀고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토르의 얼굴을 피하려 슬쩍 고개를 틀며 생각했다. 이 자식은 전혀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유형의 인간이라고.

 

 

03.

 

  “액셀러레이터─, 너희 집은 항상 너무 추워─.”

  “그럼 돌아가든가.”

  “그치만─, 라스트오더쨩도 놀아주지 않는 히키코모리는 내가 없으면 정말 왕따잖아. 라스트오더쨩도 그렇게 말했다고.”

 

 

  토르는 처음 왔을 때의 그, 신경을 살살 긁는 말투를 여전히 그만두지 않은 채로 킬킬 말을 잇는다. 조롱인지, 혹은 그저 장난일 뿐인지 아직도 헷갈리는 험담에, 선홍색의 싸늘한 눈초리가 토르를 향한다. 선홍색과 새파란색.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색상의 눈동자가 곧게 마주친다. 토르는 그게 뭔가 우스웠던 모양인지, 이내 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바닥을 굴렀다.

 

 

  “진짜로─, 너는 거짓말 못 하겠다.”

  “…….”

  “표정이 얼굴 위로 다 드러나네. 응응, 그게 귀여운 부분인 거지만.”

  “……젠장.”

 

 

  얼굴에 철판을 깐 것처럼 뻔뻔한 말에 상체를 꿀렁 움직이며 고개를 수그린 액셀러레이터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핫하, 너, 진짜 놀리는 재미있네. 살로메에게 들었던 그대로야.” 토르는 얇은 이불에 돌돌 말린 채로 상체를 벌떡 일으켜 액셀러레이터를 바라본다. 액셀러레이터는 하얀 턱 위로 주륵 흐른 검은 커피를 닦으려는 모양인지, 혹시나 액체가 바닥으로 떨어질까, 손을 턱 아래에 받힌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액셀러레이터. 휴지 찾아?”

  “보면 모르냐.”

 

 

  장마철인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새파란 하늘을 담아낸 눈동자가 느리게 끔뻑이다, 토르가 이불 속에서 꼼지락꼼지락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튼 덕에 습도가 낮아, 이 여름에도 손쉽게 돌돌 말린 이불에서 빠져나온 토르가 얄상한 손을 뻗어 휴지를 몇 장 뽑아 든다.

  분명 거실에 놓았을 것이 분명한 휴지를 결국 찾지 못한 모양인지, 일어날 것처럼 꾸물꾸물거리기 시작한 액셀러레이터를 보며 토르가 말한다.

 

 

  “휴지 여기 있어.”

 

 

  토르는 익숙하게 낮은 탁자 위로 상체를 걸치며 얼굴을 들이민다. 벌써 일주일이 가깝도록 당했는데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 상황에 액셀러레이터가 반사적으로 몸을 굳히고, 토르는 가만히 손을 뻗어 휴지로 입가를 훔치듯 닦아낸다. 어쩐지 입술에 손끝이 닿은 느낌에 액셀러레이터가 흠칫 몸을 굳히고, 그 모양새를 보며 낮게 웃은 토르가 조금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뭔가 기대하고 있어?”

  “……윽,”

 

 

  농락당한 것처럼 액셀러레이터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알비노라 그런 것인지, 조금만 자극을 줘도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얼굴을 싱글벙글 웃으며 지켜보던 토르가 푸른 눈동자를 가만히 접는다. 그 안에 담긴 하늘이 일그러지는 착각이 들었다. 색을 처음 보는 아이마냥, 액셀러레이터는 험악하게 미간을 찌푸렸으면서도 시선으로는 꾸준히 토르의 눈동자를 쫓는다.

 

  레몬 빛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탁자 위에 쏟아지듯이 흘러내렸다가, 조금 더 흘러 탁자 아래에 닿는다. 예고도 없이 손 위에 닿은 살랑거리는 머리칼에 움찔 손가락을 움직인 액셀러레이터가 시선을 데구루루 굴려 밑을 향한다. 흥이 깨졌다는 듯이 액셀러레이터 쪽 탁자에 휴지를 놓고 상체를 뒤로 뺀 토르가 입술을 쭉 내민 채로 투덜거렸다.

 

 

  “재미없긴. 이럴 때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귀여운 법이라고, 액셀러레이터.”

  “내가 왜 네놈에게 귀여워 보여야 하는데.”

 

 

  예상치도 못한 대꾸에 멍청하게 눈을 깜빡거리던 토르가 흐음, 콧김을 내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네. 학원도시의 1위는 야한 거라면 다 좋아하는 청소년이 아니었던 거야.”

 

 

  달그락, 달그락. 라스트오더의 것이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바깥으로 놀러 나가는 라스트오더와 놀러 오는 손님 탓에 누구의 것인지 모호해져 버린 오렌지 주스는 컵 안에서 얼음을 굴린다. 아니, 녹은 얼음이 오렌지 주스를 희석시키며 움직였다는 말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고 액셀러레이터는 생각했다.

 

  컵 표면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은 주륵 흘러내려 탁자 위를 물들인다. 첫날에 궁금하다는 이유로 초면인 액셀러레이터의 집에 쫄딱 젖어선 쳐들어왔던 토르가 서 있던 바닥처럼, 토르 쪽의 탁자 위는 물로 흥건했다. 토르는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손으로 답싹 유리컵을 잡아 들어 올린다. 달그락, 하며 얼음이 한 번 더 움직인다.

 

 

  “덜 자라서 그런가.”

  “하?”

  “응? 왜 그래?”

  “네놈, 방금 뭐라고,”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토르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어이없다는 듯이 따지려는 것처럼 입술을 달싹거리던 액셀러레이터가 뭐라 말을 한마디 더 하기도 전에 홱 고개를 돌린 토르가 빗자국이 선명한 창밖을 바라보며 시큰둥하게 말한다.

 

 

  “끊임없이 내리네─, 지겨울 정도야. 이게 장마라는 건가.”

  “비가 그렇게 싫으면 맑은 날에 오든가.”

  “헤에.”

 

 

  내내 지루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토르가 느리게 고개를 틀어, 턱을 괸다. 라스트오더가 바닥에 머리카락 흘리지 말고 머리 묶고 다니라며 신신당부하며 쥐여준 머리끈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로, 하얗고 얇은 손목에 걸쳐져 있다. 알비노인 액셀러레이터의 조금 창백한 피부와는 다르게, 똑같이 하얀데도 조금 발갛게 생기가 도는 피부. 또 한 건 놀릴 게 생겼다는 듯이 토르가 히죽거리며 말한다.

 

 

  “그 말은 앞으로도 놀러와도 된다는 뜻?”

  “오지 말라고 하면, 안 올 거냐?”

  “그건 아니지만 말이야─.”

 

 

  밝은 금빛 속눈썹이 위아래로 팔락인다. 눈을 한 번 깜빡인 토르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속눈썹 아래로 그늘진 눈동자가 물빛으로 물든다. 무슨 말이라도 할 것처럼 아랫입술을 두어 번 움찔거리던 토르가 다시금 고개를 돌려버린다. 결 좋은 금발이 흔들려, 토르의 옆얼굴을 거의 가려버린다. 액셀러레이터는 얼마 남지 않은 캔 커피를 홀짝이다,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말을 하다 말아.”

  “으─음, 나, 태양이랑은 안 친해서.”

  “?”

 

 

  으으음, 하고 조금 말을 끌던 토르가 말을 잇는다.

 

 

  “이름 보면 알잖아? 토르라고, 토─르.”

 

 

  번개의 신, 토르.

 

  토르가 살짝 고개를 기울인다. 그나마 보이던 둥그런 뺨이나 코끝조차도 머리칼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모습에, 말없이 다 마신 캔을 내려놓고 옆에 두었던 새로운 캔을 탁, 하고 깐 액셀러레이터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하얀 속눈썹 아래로 그늘진 눈동자는 검붉은 색으로 물든다. 마치 형광등조차도 켜놓지 않은 시커먼 방에 있는 것처럼.

 

 

  “너─, …….”

  “응?”

 

 

  새파란 눈동자가 도르륵 굴러 선홍색 눈동자를 응시한다. 방금까지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애매한 표정을 하고 있는 토르를 보며, 액셀러레이터가 캔에 닿았던 아랫입술을 슬쩍 핥으며 묻는다.

 

 

  “마술사였던가.”

 

 

  아직도 완벽히 이해했다고도 말하기 모호한 법칙을 사용하는, 학원도시 바깥의 세계의 사람들. 긴장을 숨기려 습관처럼 캔을 입에 가져다 댄 액셀러레이터와 물끄러미 시선을 마주한 채로, 토르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레몬에서 뽑아낸 듯한 금색의 속눈썹이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그 사이로 드러난, 아쿠아마린을 닮은 새파란 눈동자가 게슴츠레 접힌다.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토르는 답한다.

 

 

  “응.”

  “…….”

  “마술사야.”

 

 

04.

 

  “액셀러레이터─, 당신 말이야아.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흔들어보기도 하고.”

 

 

  바보 털은 바짝 섰다가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린다. 언제 봐도 자아가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신기한 모양새에, 가만히 바보 털을 바라보던 액셀러레이터가 느리게 시선을 내려 라스트오더를 본다. 라스트오더는 보드란 갈색의 단발 머리칼을 꽁지머리로 묶은 채 묻는다.

 

  “당신의 친구 말이야, 왜 요즘 안 오는 거야? 미사카가 모처럼 오렌지 말고 다른 주스도 잔뜩 종류별로 사뒀는데!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해보기도 하고.”

  “내가 어떻게 알아.”

  “당신의 친구잖아? 하나뿐인 친구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당신에게 친구가 없는 거야!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당신에게 진실을 말해줘 본다!”

 

 

  자꾸 몸이 흔들리는 탓인지 머리가 조금 어지러울 지경에 이르러서야, 손을 쭉 뻗어 라스트오더의 이마를 밀어낸 액셀러레이터가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친구 아니야.”

  “친구가 아니면 뭔데? 설, 설마 애인─?”

  “하? 이 꼬맹이는 또 어디서 뭘 보고 온 거야. 아니야.”

  “이번에야말로 당신 친구의 머리카락을 땋아보고 싶었는데!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아얏! 왜 미사카의 머리를 때리는 거야아!”

  “시끄럽다, 꼬맹이.”

 

 

  라스트오더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빤히 액셀러레이터의 등을 노려본다. 그 시선을 알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 여느 때처럼 테이블 앞에 앉아 캔 커피만 홀짝거리던 액셀러레이터가 생각에 잠긴 것처럼 스르르 시선을 내리깔았다.

 

 

  “으─음, 나, 태양이랑은 안 친해서.”

  “?”

  “이름 보면 알잖아? 토르라고, 토─르.”

 

 

  뇌신 토르. 액셀러레이터는 진짜로 그 뺀질거리는 녀석이 어디에선가 죽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법칙조차도 알기 힘든 마술사 놈들이니, 어쩌면 죽은 듯이 사라졌다가도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지.

 

  태양과는 안 친하다고, 자신의 이름을 강조하던 토르의 표정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덤덤한 것처럼 보였다. 살로메, 라고 한다면 레인코트를 두 개 겹쳐 입었던 이상한 여자를 뜻하는 것이겠지. 그 여자와 만난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굳이 소나기가 내리는 여름에 찾아왔다는 건─.

 

 

  “액셀러레이터.”

  “앙?”

  “당신 친구 이름 말이야, ‘토르’라고 했던가.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당신에게 정보를 물어본다.”

  “아아.”

 

 

  액셀러레이터와 비슷한 것을 생각한 모양인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킨 라스트오더가 둥그런 갈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말했다.

 

 

  “설마, 비가 그쳐서……, 번개가 그쳐서 못 오는 걸까?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토르’가 번개의 신이라는 것을 깨달아보기도 하고.”

 

 

  액셀러레이터는 말이 없다. 그것을 정답이라고 받아들인 라스트오더가 당황한 얼굴로 벌떡 일어선다. 하얀 물방울무늬의 원피스 자락이 팔락이고, 라스트오더가 헐렁한 셔츠를 입은 팔을 위로 쭉 올리며 소리쳤다.

 

 

  “미사카가 번개를 치게 하면, 당신도 친구를 잃지 않을 수 있어!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당신의 친구를 구출할 작전을 생각해보기도─. 어라, 그치만 미사카들이 다 같이 힘을 합치면 가능할 거라고? ……안 돼? 그럼, 그럼 오리지널에게 부탁을……!”

  “관둬라.”

  “당신은 당신의 친구가 불쌍하지도 않은 거야!?”

  “아아, 뭐.”

 

 

  시스터즈와 네트워크로 대화를 나누는 모양인지 한참을 중얼중얼 시끄럽게 혼잣말을 해대던 라스트오더의 바보 털이 순간 곧게 섰다. “와, 와아.” 잠시 버퍼링이 걸린 모양인지 퍼뜩 고개를 든 채로 눈을 끔뻑이던 라스트오더가 와다다 거실문을 열고서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액셀러레이터─! 이것 봐, 왔어!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중대한 사항을 당신에게 알려줘 보기도!”

 

 

  액셀러레이터가 몸을 틀어 현관 쪽을 내다본다. 라스트오더가 활짝 열어놓은 문 주위로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뭐라는 거야, 눈을 게슴츠레 뜨며 읏차, 몸을 일으킨 액셀러레이터가 라스트오더의 말을 따라 비척비척 현관으로 향한다. 그리고,

 

 

  “여어─, 라스트오더쨩. 오늘은 웬일로 집에 있네.”

  “기다리고 있었어!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반가운 마음에 당신에게 쩜─프!”

  “잡았다─! 그 녀석은 있어?”

  “당연하지! 액셀러레이터는 히키코모리라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걸!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은근슬쩍 그 사람의 험담을 해보기도?”

 

 

  순간 시야 밖으로 달려나간 라스트오더의 목소리와 익숙한 목소리가 함께 액셀러레이터의 귓전을 울린다.

 

 

  “며칠 만이네, 액셀러레이터.”

  “……너, 비 오는 날에만 움직일 수 있는 거,”

  “뭐?”

 

 

  라스트오더를 한쪽 팔로 단단하게 안은 토르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스꽝스러운 것을 본 사람처럼, 한참이나 라스트오더를 든 채로 웃던 토르가 하앗하, 하고 숨을 고르면서 잘게 웃다가 말한다.

 

 

  “설마하니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줄이야. 나는 뇌신인 거지, 번개의 요정인 게 아니라고.”

  “액셀러레이터, 당신은 은근히 허당끼가 있네!”

  “……윽.”

 

 

  같이 오해한 라스트오더까지 시치미를 떼버리고, 혼자 남은 액셀러레이터가 벌게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조금이나마 걱정한 것이 창피해서, 괜히 발을 쿵쿵 구르며 몸을 튼다. 그런 와중에도 킬킬거리던 토르가 바닥에 내려준 라스트오더의 등을 떠밀며 현관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선다.

 

 

  “액셀러레이터─.”

 

 

  라스트오더가 와다다 뛰어가 액셀러레이터의 옆을 지나쳐, 거실로 들어선다. 안쪽에서는 뭔가를 찾는 모양인지, 냉장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뒤적거리는 소리가 선명히 들린다. 라스트오더의 뒷모습을 웃음기 어린 얼굴로 보고 있던 토르가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오늘도 왔어.”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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